참 좋은 계절이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어느 곳 한 군데 푸르고 울창하지 않은 곳이 없다. 그 나무들, 하나같이 춥고 긴 겨울동안 벌거벗은 것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나무들이 눈이 돋아나고 새 잎이 피어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렇게 울울창창한 모습으로 산과 들을 아름답게 한다. 이런 나무들을 바라보노라니 어느 새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갑자기 정신이 난다. 하지만 '어느새', '언제 그랬냐는 듯이'란 우리의 생각일 뿐, 나무들은 그 섭리대로, 계획대로,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1월. 새해를 맞아 마음 다잡고 새 결심을 하던 일이 바로 어젠데 어느새 6월말이라니! 일년중 반이 지나고 있는 것이다. 새해 어떤 결심을 했던가? 조금 덜 먹는 일, 조금 불편하게 사는 일, 약속 덜 하는 일, 그러나 꼭 지키는 일, 봉사 열심히 하는 일, 역지사지하는 일, 내 주장과 비판 대신 칭찬과 웃는 일에만 쓰는 일,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노래하는 일…. 몇 가지는 잘 지켜지고 있으나 그런 결심을 했는지조차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까맣게 잊은 결심도 있다. 그런가 하면 그동안 새롭게 추가된 결심도 있다.
그러나 다짐한 일이 지켜지지 않아 중도하차한다면, 내년에 다시 시작하리라 반년을 기다린다면, 그 기간이 얼마나 아까운가! 그러니 명분을 세워 새로 시작하면 좋을 일이다. 가령 7월을 앞두고 일 년 계획의 전반부에 대한 반성과 후반기에 대한 새로운 결심의 기회로 삼는 것은 어떠할까?
사람의 힘으로야 어찌 단 1분 1초를 늘일 수 있으랴! 그것은 인간의 능력 밖의 일이다. 하지만 연속적으로 흐르는 시간의 어느 한 시점을 기준으로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며,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위대하고 현명한 능력인 것 같다. 참으로 신기한 것이, 새해라고 해서, 환경이 조금 바뀌었다고 해서 갑자기 사람이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실제로 마음을 다잡아 새롭게 힘을 내면 불가능해보이던 일이 이루어진 경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마음과 정신의 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개인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발전하며, 국가도 어떤 계기로 국민의 힘을 결집하여 새로운 역사를 펼치는 것을 우리는 보아왔다.
막내딸로 자라나 만 5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나는 수줍고 말이 적은 아이였다. 학령기가 엄격하지 않았던 때라 만 7살 적령기의 아이들과 함께 두세 살 더 먹은 아이들도 꽤 있었다. 그런 나이배기들 틈에서 자기주장도 못하는 소극적인 나는 학교가 즐겁지 않았다. 한번은 내가 쓴 답을 누군가 지워 오답이 되었지만 아무 말도 못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다행이 4학년 여름에 공무원인 아버지를 따라 장항초등학교로 전학을 갔다. 어린 소견에도 여기서는 아무도 나의 모습을 알지 못하니 이때야말로 나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할 호기라 생각하였다. 아이들을 집에 데려와 숙제도 하고 오빠 언니들 덕에 많이 본 동화며 영화 이야기를 해주고 동화책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빌려주는 등 모든 일에 적극성을 보였다. 5학년 초에는 학년 회장으로 회의도 주관하기도 하였으니 나름 변신에 성공한 셈이었다. 그 후 홍성초등학교, 다시 학구조정으로 홍주초등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을 때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리더십을 키워나가며 성격까지 상당히 바뀌게 되었다. 학생들이 전학을 가거나 오면 나의 경험을 들려주며 '되고 싶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여 습관이 되도록 해보라고 조언하였다.
이제 곧 7월이다. 새해 시작하며 다짐했던 결심들을 돌이켜보고 반년을 새롭게 시작해보면 어떨까? 마음을 다잡아 새롭게 시작하려니 얼마나 대견하고 설레이는가! 작심삼일? 설사 며칠 후 굳고굳은 결심이 무너진다하여도 그것으로 세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니 다시 시작하면 그도 좋을 것이다. 아니, 삼일도 안되면 또 어떠랴. 눈뜨며 새롭게 마음먹으며 시작하는 하루는 또 얼마나 희망차고 기대가 될 것인가!
7월! 다시 새롭게 시작하기 ( 지희순 전 당진교육장)
2013. 6. 23. 20:58ㆍ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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